8월 중순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중순까지, 짧은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생선이 있다. 바로 전어다.
“가을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전어의 고소한 맛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속담이다.
하지만 이 표현, 곰곰이 뜯어보면 불편하다.
왜 하필 ‘며느리’일까?
여기서 ‘며느리’라는 단어는 단순히 한 사람의 역할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3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 사회, 그리고 고된 시집살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집을 나간 주체가 아내나 엄마가 아닌 며느리라는 건, 결국 시댁살이의 고단함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는 은유에 가깝다.
전어의 맛을 빗대어 재치 있게 만든 비유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며느리의 삶과 고통을 고작 생선 냄새에 빗대 희화화한 건, 사실상 여성의 무게를 가볍게 폄하한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간섭하며 고단하게 만드는 일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무게는 주로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지워졌다. 이제는 이런 부채의식과 낡은 정서가 빠르게 사라져야 한다.
가을 전어는 다시 돌아와도,
“집 나간 며느리”라는 서글픈 속담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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